[음주운전 살인운전] "통째로 짓밟혀"‥'악몽의 그날'

 앵커


음주운전자들의 질주에 다치고, 죽는 애꿎은 희생자가 속출하는데도, 음주운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차원에서 오늘부터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음주운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삶이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아남았지만, 사고가 난 '그날'에서 지금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을 구나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21년 5월,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오토바이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좌회전 차로인데도 차선을 바꾸지 않고 직진하다 사고를 낸 겁니다.

음주운전 차량이었습니다.

취업을 앞두고 있던 27살 청년은 갈비뼈가 부러져 폐가 뚫렸고, 머리도 크게 다쳐 인지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피해자 누나]
"다치고 나서 정신이 온전치가 않아요. 머리를 다쳐서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서 기억도 못 하고 오락가락하는 게 있거든요."

음주운전 차량은 말 그대로 흉기입니다.

작업 조끼를 입은 채 도로에 쓰러진 두 남성.

새벽시간 쓰레기를 치우던 환경미화원들을 향해 음주 차량이 달려든 겁니다.

8년 전 그 사고로 박노흥 씨는 두 다리를 모두 잘라냈습니다.

의족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습니다.

달려들던 차량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박노흥/피해자]
"빛이 환하게 있더라고요. 환하게, 이제 앞으로 보고 있는데 뒤가 환해서 딱 돌아볼 순간도 없이 그냥 부딪혀버리더라고요. 그냥 부딪히고 우리 둘은 날아가고…"

기나긴 치료와 재활의 고통은, 본인은 물론 일을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린 부인과 가족들까지 짊어져야 했습니다.

[최윤정/부인]
"너무너무 아프니까 이 고통이… 그리고 환상통이 있어요. 다리가 있는 것처럼 환상통이라는 게 있어. 그래서 무통주사를 계속 맞고 있어요 지금."

박 씨는 오랜 재활을 견뎌내고, 장애인 역도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힘겹게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8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메입니다.

[박노흥/피해자]
"벌써 8년… 익숙할 때가 됐는데 아직 시선이 익숙하지가 않더라고요."

[최윤정/부인]
"그때가 제일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술하고 나온 직후, 제가 다리를 처음 봤을 때가…"

인천에서 마트를 운영하던 60대 부부도 음주운전으로 삶을 파괴당했습니다.

1년여 전, 트럭을 몰고 아침 배달을 가다가 갑자기 음주 차량에 들이받힌 겁니다.

[음주운전 가해자 (당시)]
"내가 꽝 했어요?"

가해자는 사고를 낸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홍영/피해자]
"이렇게 된 거예요. 졸았던 거야, 술에 취하니까 졸았던 거야."

부인은 꼬리뼈를 다쳐 한 달간 입원했고, 생계 때문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남편은 지금도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진숙/피해자]
"어디 건너가거나 이럴 때는 이거 휴대전화를 무조건 그냥 동영상을 틀고 이렇게 하고 건너가요."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음주운전 피해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 62%가 3주 이상 치료를 받고 후유장애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경제적인 피해도 컸는데요.

사고 전보다 월 소득이 30% 가까이 줄어들었고, 피해자 5명 중 1명꼴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조사도 있습니다.

가해자 256명을 조사했더니 76%는 병원 치료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평균 피해액은 1천130만 원으로 피해자보다 적었고, 대부분 수리비 또는 합의금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데, 가해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해드린 사건 중에서 오토바이를 받은 운전자와 환경미화원을 덮친 운전자는 집행유예, 트럭을 친 운전자는 벌금형만 받았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출처:MBC뉴스 유튜브 공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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