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살인운전] "우린 그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앵커


음주운전 연속기획,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탄식과 원망, 그리고 그리움.

그 끝에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건, 음주운전은 지금보다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김정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앞부분이 산산조각 난 차량이 햄버거 가게 앞 인도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차에 들이받혀 쓰러진 가로등이 오토바이를 덮쳤습니다.

지난 2020년 9월,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50대 남성이 일으킨 사고입니다.

"술 먹은 거 아냐?"

햄버거를 포장하러 간 엄마를, 가게 앞에서 형과 함께 기다리던 6살 건후는 이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건후 군(가명) 아버지]
"그때가 (거리두기) 2.5단계여서 매장 안에 데리고 들어가기가 (다른 손님들한테) 좀 민폐였어요. 배려한다는 생각에 바깥에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타인을 배려하려다가 어처구니없이 떠나보낸, 3번의 유산 끝에 얻었던 막내아들.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었던 부모는 끝까지 합의하지 않았고, 가해자에겐 징역 8년형이 내려졌습니다.

음주운전치고는 높은 형량이라고 하는데, 부모로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건후 군 어머니 (2021년)]
"사람이 죽었어요. 8년이 뭐야. 아기가, 아무 죄 없는 아기가 죽었어요."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두려움과 절망, 그로 인한 죄책감이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기는 커녕 더 선명해집니다.

[이건후 군 어머니]
"저도 차라리 사고가 나서 작은아이에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고 장면이 옅어지는 게 아니라 더 각인이 돼서 돌아오고 있거든요."

두 달 전, 방과후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9살 이동원 군이 만취 차량에 깔려 숨진 골목.

사고 현장은, 없던 인도를 만들고 넓히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남은 가족들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습니다.

곰인형 저금통 옆 빼곡히 들어찬 역사책들과 빈 책상, 의자, 학원 시간표 등이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이동원 군 아버지]
"사진, 책, 그 다음에 장난감‥그대로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실감이 잘 안나요. 아이만 돌아오면 돼요."

책상 위에는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친구들의 탄원서가 수북합니다.

담임선생님의 편지를 읽던 아버지는 한 손으로 휴지를 꽉 쥐다 결국 무너졌습니다.

"너무 진짜 사랑스럽고 안아주고 싶은데‥"

38살 임모 씨는 설 연휴 전날 두 살 아래 동생을 떠나보냈습니다.

배달 오토바이에 타 신호를 기다리던 동생을 음주운전 차량이 정면으로 들이받은 겁니다.

고된 일을 하면서도 형에게 '몸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주고 조카도 살뜰히 챙겨주던 동생이었습니다.

사고 이후 매주 납골당을 찾는 형은 하루도 제대로 잠을 이룬 날이 없습니다.

[임모 씨 / 피해자 친형]
"술을 안 먹으면 진짜 잠이 안 올 정도로 그렇게 먹고, 자도 계속 깨고, 동생이 막 꿈에도 나오고."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낸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습니다.

"저는 과연 우리나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정말로 더 강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음주운전이 아니라 살인운전으로 해서 죽임을 당한 거거든요. 살인죄로 봐야죠"

MBC 뉴스 김정우입니다.

출처:MBC뉴스 유튜브 공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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